오늘날 과학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장인 학계와 업계는 깊이 망가져 있습니다.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인공지능 기술이 무분별히 진보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여러 기술이 부유한 자에게만 제공되며, 다양한 SNS 플랫폼은 특정 목소리와 정보를 차단하고 증폭합니다. 공학 학계는 자본의 도구가 되어 더 이상 사유하지 않고, 인류의 가장 진보된 기술은 가장 먼저 무기화되며, 소수자의 삶부터 천천히 침잠하기 시작한 기후위기는 언제나 정치의 가장 뒷자리로 밀려납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와 기업은 탄소집약적인 산업과 노동을 제3세계에 외주화하고, 계획적 노후화와 폐쇄된 제품 생태계를 볼모로 소비자를 끝없는 소비와 폐기의 굴레에 속박합니다.
이는 과학기술인으로서 깊이 우려스러운 작태입니다. 지성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으로서의 도덕적 책임이 하나하나 흐려져가는 이 커다란 흐름에 휩쓸리고 싶지 않고,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의제에서 비슷하고 다른 생각과 시각을 지닌 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보려 합니다. 지속가능한 기술과 연구는 무엇인가,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유해야 하는 것들과 고려해야 할 책임, 각종 과학기술 진보의 허점과 비판점, 기술의 진보가 사회의 모습 및 소수자의 삶에 얽히는 양상 등에 대해 함께 읽고 배우고 가르치고 사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멈추지 않고 빠르게 굴러가는 이공계 과학기술개발이 남긴 그림자를 좇아 지성과 인류애와 사유의 정체에 함께 맞서봅시다.
2025년 7월 24일
박선하